MASTER @U5E_MY_N4M3

수명이란 상대적인 개념인걸. 네가 그토록 싸고 도는 인간들도 길어야 백여 년 정도 살잖아? (시큰둥한 목소리로 답하며 닥터를 쳐다본다.) 마음대로 해, 대신 너무 오래 이곳에 머물지는 말고. 피곤해지는 건 싫거든. 적당히 네 궁금증만 해결하고 돌아가자고.

지금은 없다, 이거지... (무스텔을 빤히 바라보더니 미간을 구겼다가 다시 핀다.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런것치고는 건물이 낡지는 않았던데... 너희의 수명이 그렇게 길지는 않은가보네. 하여튼,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이렇게 알려줄 시간이 없을테니, (마스터와 눈을 맞췄다가 무스텔을 본다.)

그러면 하나 더 묻지. 저 건축물에 지금까지 누군가 살았던 적은 있나? (질문에 무스텔은 다시 코를 찡긋이더니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든다. "아, 할아버지가 어렸을 적에는 두 발로 다니는 종족이 살았댔는데! 그런데 지금은 없댔어.") 흐음, 그렇다는데, 닥터?

봐, 말 통하잖아. 물어볼게 굉장히 많아. 마스터, 살살 내려놔. (무스텔이라고 칭한 동물과 눈을 맞추고는) 우리는 그냥 여행자야. 이곳에 잠깐 들렀다가 아무도 안사는 건축물이 보이길래. 무슨 연유가 있나했지. ("아, 그거? 옛날부터 있었던거야. 나의 증조대부터 있던걸걸?") 정확힌 모른단말이네.

(바둥대며 코를 찡긋대던 동물은 닥터가 말을 건네자 닥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대답할 테니까 먼저 놓아주기라도 해! 불편하다고, 이거!") ... 귀찮게 굴기는. (투덜대며 바닥에 대충 내려놓자 털을 가다듬은 동물이 재잘댄다. "무스텔이라고 불러. 너희는 뭔데?")

(타임로드가 저렇게 높이, 그리고 멀리 뛸 수 있었나... 같은 생각을 하며 지나쳐가는 마스터를 쫓아간다.) 인터뷰 대상치고는 말이 통하려는지 모르겠네. (바둥대는 동물을 유심히 보면서) 토끼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족제비 과인 것 같기도 하고... 소통은 되나? 저기, 안녕? 너는 누구야?

저 녀석의 속도를 감당하려면 상당히 건축물이 커야겠는걸. (삐딱하게 답하고는 제 생체에너지를 끌어다가 폴짝 뛰어올라서 동물의 진로 앞을 가로막았다.) 잡았다. (특유의 웃음과 함께 바둥대는 동물을 그대로 붙잡은 그는 닥터에게로 돌아온다.) 자, 인터뷰 대상은 준비해 놨어.

왜라니? 우리보다 여길 더 잘 알고있을테니까? 잘하면 말이 통할지도 모르잖아. (마스터가 쫓아오는걸 눈짓으로 확인하고는 동물을 따라간다. 동물도 그걸 눈치챘는지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뛰어 헉헉거리며) 엄청 빠르네! 네 말대로 건축물을 짓기보다는 있는걸 활용하는 쪽이겠어!

그렇다 한들 저 정도의 골격을 갖춘 구조물을 만드는 건 저 녀석의 구조상 무리- 잠깐, 왜 따라가야 하는 건데? (팔짱을 낀 채 답하다 갑자기 달려나간 닥터의 뒤를 쫓아 잽싸게 몸을 튼다.)

동물이 건축물을 짓지 못한다는 건 편견이야. 우선, 인간도 자신보다 거대한 건물을 짓고 살지. 비버도 집을 짓고. 방금 우리를 지나쳐간 패럿같은 동물도 그 정도의 지능이 있을지도 몰라. (마스터를 한 번 보고선 입꼬리를 올린다.) 뛸 수 있지? (동물이 사라진 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닥터가 하는 짓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신 쪽의 구조물에서 무언가 튀어나오자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선다.) 이크, 뭐야, 이건... (그 사이, 길쭉한 털뭉치처럼 생긴 무언가는 잽싸게 풀숲으로 사라졌다.) 적어도 동물 정도는 있다, 이거군. 그렇지만 저런 것들이 구조물을 짓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생명이 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타디스에서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다 구조물을 발견하고 우뚝 선다.) 지성체가 있어보이는 행성치고는 너무나 고요하네... 자그마한 동물이라도 없나? (구조물에 다가가 주먹을 쥐고 두드려본다.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나 귀를 대어보며) 소리가 날지도 몰라

뭐, 가서 확인해 보면 알겠지. (혀를 반쯤 내밀고 있던 꼴을 흘겨보고는 걸음을 이어간다. 잠시 후, 건물로 보이는 구조물들 가까이에 다가 선 두 타임로드는 주위를 살핀다.) ... 생명반응은 이 쪽에선 없는 것 같은데. 버려진 마을인가?

(어느샌가 나뭇가지를 들고와 혀를 대고있다가 건물이라는 말에 서둘러 마스터 곁으로 간다.) 건물이 있으면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거겠지. 생명체도 있단 소리겠고. 처음 오는 곳이라 그런지 기대되는걸.

뭐, 더 걷다 보면 무언가 나올 수는 있겠네. 우리와 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부산스럽게 구는 닥터 옆에서 느릿하게 나무 사이를 걸어간다.) ... 저기, 무언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건물인가?

나무가 있는데 지적생명체가 없다는 것도 수상해.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 멀리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걷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놓고 부산스럽게 두리번거린다.)

예측이란 빗나가기 마련이지. (어깨를 으쓱이고는 마침 바람에 휩쓸려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를 가볍게 낚아챘다.) 이곳에는 구경할 만한 지적 생명체는 없어 보이는데. 더 멀리 가 볼 건가? 잠시 숲에서 쉬었다 가기만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큰 감옥이 어딨다고. (툴툴거린다.)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 하지만 언제나 너를 타디스에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빨리 밖으로 나오게 될 줄이야. 내 예상과 너무 다르다니까.

거슬린다는 걸 알고 있으면 그렇게 재잘대는 건 적당히 하지 그래.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는 동안에도 느릿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타디스 안은 답답하거든. 물리적인 의미로는 아니지만. 왜, 여전히 내가 네 감옥 바깥을 돌아다니는 게 신경 쓰이는 건가?

생각할 공간이라도 필요했던거야? 그런 곳이라면 타디스에도 많은데. 이렇게 탁트인 공간은 없겠지만 비슷한 곳은 많아. 조용한 곳, 아무도 없는 곳. 그나저나, 너라면 나도 거슬릴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