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사고뭉치, 떼쟁이 선수! 지금쯤 단비를 만났으려나? 언니는 루비가 여행을 떠나는 길이 루비한테 너무 고되고 힘들지는 않았을까… 잠시나마 힘들어하던 모습을 봐서 그런지 마음이 자꾸만 무너질 것만 같아.
항상 몸이 아파도 식성이 좋아 금방 털고 일어나던 튼튼 멍뭉이라서 이번에도 어련히 잘 챙겨 먹고 털고 일어나겠지, 고비를 넘겼으니 그래도 아직 함께할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우리 루비시간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아직까지도 후회가 많이 돼. 약 다 떨어졌을 때 평소와 같이 데려가서 정기검진할걸, 호흡이 가빠졌을 때, 병원을 가야 하나 고민할 때 당장에라도 일요일에 너를 데려갈걸. 하루라도 더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지금과는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네.
참 신기하지. 평소라면 너를 산소방에 두고 자러 들어가곤 했을 텐데 이상하게 오늘은 낌새가 안 좋은 것 같아서 네 옆을 새벽동안 지키게 된 것도, 남자친구가 그 늦은 시간에 아무래도 오늘 봐야겠다며 멀리서 집까지 찾아와 너를 보게 된 것도
새벽에 갑자기 잠이 깬 엄마가 루비가 잘 자는지 궁금해서 나와본 것도, 한참을 힘들어하다 아빠가 뒤늦게 도착해 루비를 안았을 때 그제야 편안해하면서 호흡이 느려졌던 게… 다들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루비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고 그랬나 싶어.
혼자 떠나게 하기는 싫어서 마지막에는 꼭 함께 있어주고 싶었는데 언니 소원을 루비가 들어줬나 싶네. 떠나기 전에 잠시 바깥바람도 쐬고, 가족들 모두 있는 곳에서 눈을 감아서 그래도 참 다행이다… 그치. 맛있는 것도, 루비가 좋아하는 것도 잔뜩 먹고 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네가 떠나고나서 한참을 울다가 눈을 떴는데 언니는 아직도 지금이 꿈만 같아. 밥 언제 줄 거냐고 앙앙 짖는 소리, 호흡하느라 작게 올라갔다 들어가는 몸, 방에 있으면 혼자 뭐 하는지 궁금해서 따라와 지켜보던 까만 눈동자, 패드 위를 걸어 다니는 발소리, 엄마의 장난에 성질내던 모습…
하나같이 너무나 이렇게 예쁘고 생생한데, 이제는 앞으로는 그런 루비의 모습도 목소리도 그 밖의 소리도 못 느낀다고 하니까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가 힘들더라. 그만큼 우리 루비를 많이 사랑했나 봐. 언니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