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메시지 떠서였지. 답 온 것도 읽은 표시도 없으니까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없는 줄 알았던 미련이 남아있었나 괜히 씁쓸했던 쟤믽. 그 이후로 종종 쟤믽이 그 번호에 메시지를 남김 일기장처럼 어차피 없는 번호라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음 [이대리 오늘도 난리야 내가 그렇게 싫은가봐] 어느새
그 번호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하소연하듯 쓴 말이었는데 조금 있다가 문자 알림음이 들렸음 [그 대리 많이 밉상인가보네] 없는 번호가 아니었나 갑자기 머리가 바삐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우선은 누군지 모를 그 사람이 동조해주는 게 좋아서 쟤믽은 답장을 해버렸음 그렇게 텃세를 부린다고 조금만
실수해도 뭐라고 한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건 몰라주고 언제 실수하나 그것만 지켜보는 것 같다고 털어놓지. 너무 어린 사람처럼 굴었나 싶기도 한데 상대가 잘 들어주는 거 같아서 쟤믽인 그 자체로 위로를 받았음 누군지 모르는데 참 좋은 사람인거 같단 생각도 하고. [물론 나도 부족한 거 아는데
나랑 이 일이 안 맞나 그만둘까 생각도 했는데 그럼 그렇지 할까봐 그건 또 싫은데] 신기하게 그는 별 말을 하지 않음에도 말하면서 쟤믽은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꼈음 말을 하다보니 정리가 된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회사에서도 좀 덜 힘들어진 느낌도 들었음 고마운 마음에 뭐라도 보답을 하고
싶은데 너무 오버하는 건가 몇 번을 고민하던 쟤믽이 조심스레 기프티콘 하나를 메시지로 보냈음 카페 금액권이었지 메뉴를 지정하는 것보다 금액권이 더 선택권이 넓을 것 같아서 고른 거였음 [진짜 부담 갖지말고 덕분에 마음도 좀 편해지고 힘이 돼서 고마워서 보낸거야 별거 아냐 받아줘] 안 받
겠다는 답이 올까봐 재빨리 문자를 보내뒀더니 별다른 답이 돌아오진 않았음 하지만 그 이후로 연락이 전혀 되지 않았음 사실 누군지 궁금하면 번호를 저장하고 ㅋㅏ톡을 연결하거나 그러면 힌트를 얻을 수 있지만 쟤믽은 그러지 않았음 왠지 원하지 않을 것 같았고 혹시나 그 x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고. 실제로 한번쯤 보고 싶단 생각도 했는데 뭔지 모를 호감과 정도 들었는데.. 아쉬웠지 그 문자 상대와 별개로 회사에서 쟤믽은 요새 신경 쓰이는 게 있었음 그 이대리가 좀 달라졌단 말이지 여전히 좀 재수없긴 한데 쟤믽이 마음가짐이 달라져서일까 전보다 확실히 덜 실수하고 일에
적응이 돼서일까 조금 덜 참견하는 느낌 그리고 이따금씩 수고했단 말도 해줬지 언제 또 변할지 모른다고 생각은 하지만 기분이 좋은 건 좋은 거였음 자존감도 좀 더 올라가는 거 같고. 매번 이대리 욕을 늘어놓던 친구에게도 이대리가 좀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음 나사원 생각은 어때?
저요? 기존 방식을 그대로 가는 건 좋은데 진행 순서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그 편이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일을 익히고 나니까 고민하게 된 부분을 차분히 말했더니 생각보다 좋은 반응이 돌아왔음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되고 나서 자리로 돌아가는데 이대리가 슬쩍 말을 걸어왔지 아까 의견 낸 거
좋았어요 솔직히 좀 놀라기도 했고 요새 좀 달라보여요 감사합니다 자주 칭찬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가 이상하게 이대리가 칭찬해주면 더 기분이 좋았지 요새 좀 달라보이는 건 이대리도 마찬가지인데 그 말은 할 수 없지만 쟤믽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음 오늘 점심 약속 있어요? 회의실이
사무실과 별개로 다른 층에 있는 것이었어서 이제 사무실에 다와가는 상황이었는데 이대리가 던진 말에 쟤믽은 놀랄 수밖에 없었지 다른 상사나 안 친한 동료가 말했으면 무조건 약속 있다고 했을 텐데 이대리가 편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까 칭찬도 그렇고 그가 갑자기 베푸는 호의가 궁금했던 게 커서
쟤믽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음 점심시간이 되고 나란히 회사 건물을 나서는데 쟤믽은 어색한 공기에 잠시 후회를 했음 가서 또 뭐라고 하는 건 아닐까. 그건 아니겠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지?생각이 많았음 솔직히 많이 힘들었죠? 네? 쟤믽은 처음 가본 식당이라 이대리가 추천한 메뉴로 똑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