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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의 자아 Joined Jun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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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오늘은 다큐 한 편을 봤고 부산에 머무는 친구에게 편지를 적었고 새 책상을 기름으로 열심히 닦았고 치킨을 먹었고 긴 통화를 했고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아 기우뚱한 모니터를 오래도록 들여다봤다. 그리고 저녁에 마신 커피로 아직까지 하루를 못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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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이렇게 말하면 꼭, '모기는요?' 라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모기에 관해선 제게 묻지 마세요. 차마 말할 수 없으니까. 모기는 노 코멘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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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언젠가 곤충학 박사님의 특강을 들으러 간 일이 있는데 그녀는 모든 곤충들을 하나하나 사랑한다고 말하며 "이 세상에 '해충'이란 것은 없어요. 저는 그런 표현을 들으면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 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빠르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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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모기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어디서든 누군가 '모기를 봤다' 라고 말하면 어김없이 나는 이미 네다섯방쯤 물려 있다. 지난 주말에 새로 물린 자국들을 밤새 긁적이며 모기 멸종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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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모기 욕을 하면서 씩씩대고 구몬을 푸는 아침... 나는 어디로 퇴행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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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첫 장면에서 아름다운 흉터에 대해 얘기하던 그녀. 저 앞에 적을 두고도 일상처럼 농담을 하던, 또 자신은 죽음과 싸워야 하는 전투를 치르러 가면서도 감독에게 멋지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원하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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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장미의 땅: 쿠르드의 여전사들> 마지막 장면은 무엇이 될까- 내내 궁금했는데, 바닥에서 일어나 묵묵히 얼굴을 씻고 머리를 빗질하고 총을 챙겨 문 밖으로 나가는 소즈다르의 모습에서 툭, 끝나버렸고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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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그리고 리사가 이러저러한 항변을 하다 말고 갑자기 루스 스타이너를 포옹해버리던 순간. 그때, 나는 '저 사람은 아무 것도 잃지 않았고, 계속 그러기 위해서 변명을 늘어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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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두 사람의 주장에 잠시 오락가락하다가도 결국 리사에게 완전히 냉담하게 되어버린 계기는 두 순간 때문이었다. 하나는, 루스 스타이너 교수가 수많은 종이들을 집어던지며 "내가 그 얘기를 써두었다면? 출판사에 당장 달려가지 않았을 뿐이라면?" 외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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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오늘 본 연극 <단편소설집> 참 좋았다. 그들의 마지막 언쟁은 특히 치열한 언어였고 흥미로웠는데, 그것과 별개로 나에게는 리사가 하는 말들이 점점 치졸한 변명처럼 들려왔다. 옳다-그르다로 쉽게 끝낼 수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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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폴바셋 복숭아 아이스크림. 무진장 기대했는데, 내 핸드크림 맛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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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마당 씨의 식탁>. 이러저러한 삶의 무게에도 기어이 함몰되지 않으려 자신의 삶을 꾸준하고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성실한 1인분의 삶.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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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작업하려고 이 더위에 두 시간 거리를 왔는데 노트북 충전기를 안 가져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 자신을 미워하는 데 10분을 썼다... 남은 시간 4시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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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커피를 좋아하는 카페인 약체는 이것으로 오늘 잠을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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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깟 일 쯤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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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아무리 심각한 이야기일지라도, 나란히 드러누워 눈물을 줄줄 흘리고 나면 어김없이 배가 고프다. 그러면 우리는 부지런히 양념치킨을 사온다. 공평하게 닭다리는 하나씩, 부은 눈으로 서로를 보고 바보같이 웃으며 먹는다. 그러고 나서 꼭 껴안고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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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우리는 울고 나면 치킨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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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친구들은 그것을 도라에몽 가방이라 부르고, 나는 세 종류의 티슈와 지렁이 젤리 혹은 초코볼 같은 게 왜 가방의 필수품이 아닌지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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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그 책을 보면, 밖에 나갈 때 드는 가방이나 파우치 자체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내용물(=짐)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하던데... 외출 때마다 커다란 가방 두 개를 각각 이고 지고 다니느라 어깨와 뒷목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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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ears ago

<우리집엔 아무 것도 없어>를 읽은 뒤로 조금쯤 기운을 내 주말마다 서재에 붙은 3평짜리 창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온갖 구시대의 쓰레기들이 쏟아져나와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미니멀리즘은 모르겠고, 아무튼 이걸 다 버릴 수 있어서 영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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