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녕_소설 @ydn_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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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연락해 그의 죽음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연락처 정도는 알아낼 수 있을 거였다. 아니, 이제는 애써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일까? <나이아가라>
4월이 되기 전에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K는 줄곧 생각했다. 그건 언제부터의 일이었을까? 작년 4월? 아니 어쩌면 몇년 전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서울-북미 간>
"나는 말이야, 그보다 더 멀리면 좋겠어. 한번 가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 일테면 그런 데 말이야." 그러자 성희가 새처럼 고개를 까딱이며 조용히 웃었다. _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용서를 구한다는 말은 상대가 용서를 할 수 있을 때나 하는 말이에요. 이미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통영-홍콩 간>
"당신 사람 마음을 참 묘하게 하는군요. 좀전엔 그렇게 뿌리치더니. 헤어질 땐 그런 말 하는 게 아녜요. 기본인데 그것도 몰라요?" <눈의 여행자>
"힘들면 이제 다른 여자를 만나보세요. 저는 괜찮으니까요." 상욱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른 여자가 누구지? 세상에 그런 여자도 있나? 아니, 그러느니 차라리 이대로가 나아." <경옥의 노래>
밖엔 가을이 몰려오고 있었다. 하늘로 검은 구름이 휘휘 몰려가면서 그 틈을 비집고 달이 떠올랐다. 나는 밖으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방파제 쪽으로 걸어갔다. 먼바다로 나갔던 배들이 등대의 불빛을 보고 항구로 돌아오는 게 보였다. <피에로들의 집>
"내 집에 들어오고 나서 후회한 적은 없나?" "후회는 기회가 남아 있는 사람들한테나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같은 게 아닐까요?" <피에로들의 집>
오직 마음에 있는 것만 눈에 보이는 법이라고 하더군요. 풍경은 늘 그대로 있는 거고요. 물론 아름답긴 하지만 경전선이라고 해서 달리 특별한 것은 없단 뜻이죠. <피에로들의 집>
그녀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는 밖을 돌아보고 나서, 그녀가 툭, 돌을 던지듯 물어왔다. "혹시 나한테 잘못한 거 없나요?" "......" "없으면 말고요." <피에로들의 집>
선술집에서 나와 윤정과 나는 우산을 쓰고 화사한 연등 불빛에 이끌려 다시 화계사로 올라갔다. 어느덧 그녀와 나는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았다. <피에로들의 집>
관계가 시작되면 어느 쪽이든 그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어요. 그후로 두 사람 사이가 어떻게 변하든 말예요. 그 정도는 알고 있겠죠. <피에로들의 집>
... 이게 단지 가위에 눌리는 꿈일까요?
여자가 남자를 떠날 때는 다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는 거야. 차마 말못할 이유나 진실 말이야. 요컨대 떠나간 여자를 원망하는 남자만큼 어리석은 존재는 없다는 뜻이지. <피에로들의 집>
그 여자는 타인이 아니라고 믿었거든요. 그야 자네 생각이 그렇다는 거겠지. 절대적인 타인이 존재하지 않듯이, 절대적인 자아도 존재하지 않아. 다만 관계라는 게 존재할 뿐이지. <피에로들의 집>
"왜요, 실은 누구나 우발에 거는 기대로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는 거 아녜요? 선생님도 뭐 사정이 다른 것 같지 않은데요." 우발에 거는 기대. 착잡한 얘기였다. 하지만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어 나는 잠자코 있었다. <장미창>
엄마하고는 왜 헤어졌어요? 물론 성격 차이라고 말하겠지만.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보는 게 더 설득력 있는 대답이 될 것 같은데. 그걸 왜 엄마가 대답해야 하는 건데요? 이해하기 힘드네요. 커피와 설탕이 서로를 이해한다고 생각해? <통영홍콩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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